얼마전 R1 신차를 까고, 3년간 내 두발이 되어 주었던, 지천이 번호판을 손수 떼어주고, 폐지 신청을 하고왔다.
아직 판매가 되진 않았지만, 내 바이크 인생중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한 바이크이고,
내 인생에서도 정말 큰 계기가 되어준 바이크 이기에, 너무큰 애정을 쏟아 주었고, 평생 함께 할줄 알았는데 ..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더니.. 신형 아롱이에게 마음을 뺏겨 버렸다. (영롱한 아롱이 헿)
어제 아롱이를 1000km 주행한 이시점이, 네이키드 끝판왕인 z1000의 롱텀 시승기를 작성할 가장 좋은 타이밍인듯 하여, 나의 지천이 시승기를 작성해보려 한다. 나의 지천이는 12년식으로, 풀체인지된 현재의 모델 바로 이전 모델이다.
내가 알기로 현재의 z1000은 4세대이고, 내껀 3세대.
우선 내가 바이크를 고르는 첫번째 기준! 디자인!
디자인은 주관적인 호불호가 매우 강한 평가 항목이지만, 지천이의 뒷태와 옆태는 감히 5점을 주고 싶다.
지천이의 가장 큰 매력은 쌍발 머플러로 순정머플러가 이렇게 멋지게 나온걸 본적이 없다.
신형은 머플러가 크롬으로 되어 있어..머플러만큼은 내 지천이가 체고!
반면, 지천이 디자인의 가장 큰 아쉬움은, 앞태.. 대가리가 좀 큰편이다..
그래서 찍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천차만별인데.. 뭐 갠적으로는 나쁘지는 않다. 3점?
다음으로는 포지션이다.
포지션은 정말 편하다. R1 과 비교는 뭐 하나마나 압승.. 시내바리에 있어서 정말 최강자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오래타면 엉덩이가 아프다. 주변에 지숙이 타는 형들도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가와사키의 시트가 조금 뾰족하지 않나 싶다. 근데 사실 오래타면 엉덩이는 다 아프지 않을까??
시트고! 나같은 단신에게 정말 중요한 항목인데, 검색결과 32.1in로 약 815mm 이다.
본인은 키가 170cm 에 상체가 긴편으로, 양발 까치발이 가능하고 앞꿈치가 다 닿아서, 후진은 조금 힘들지만, 안정감은 있을 정도이다. 지금 855mm 인 R1 을 타고 있는데.. 시트고가 너무 그립다..
다음으로 텐덤! 텐덤 할만하다. 물론 텐더머에 따라 편차가 크고, 투어러에 비할수는 없겠지만, 큰 불편함없이, 3년간 여친을 태우고 전국팔도를 누비고 다녔으니 이정도면 검증?!
다만 텐덤시에 손잡이 벨트? 를 장착하면 정말로 편하다고 한다.
다음은 주행성능인데, 네이키드 특성상 빠따가 장난아니다. 나는 이 초반에 치고 나가는 느낌을 정말 좋아했는데, 마치 한마리의 야생마 같다. 땡기면 상상하는 이상으로 치고 나간다. 최고 속도는 250km/h 정도 간다고 들은것 같은데..
네이키드에게는 사실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220km/h 정도까지는 종종 땡겼는데, 이정도 가면 바람저항 때문인지, 핸들이 불안정하다. 주행풍도 어마어마해서 목이 꺾이는 느낌이 들어서, 그 이상 땡길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물론 그정도에도 힘은 전혀 딸리지 않는데.. 그이상 땡기는것은 추천하질 않는다. 네이키드 자체 리밋이 당신의 안전을 챙겨줍니다.
주행성능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것은 코너링인데, 현재 내가 비교할수 있는 대상이 R1 인지라.. 패배할수밖에 없다.
지천이를 탈때는 북악산이나 남한산성에 자주가서 코너타는것을 즐겨하고는 했는데, 생각보다 잘 누워줘서 정말 재밌게 탔었다. 근데 최근에 R1을 타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휙휙 눕는것을 보니 정말로 놀랐다.. 결론적으로 코너도 즐기며 탈만 하지만, 알차에 비해서는 떨어진다 정도. 코너를 잘 타는 편은 아니지만, 슬립 한번 나지 않고, 3년간 재밌게 잘탔다. 그리고 잘타시는 분들 지천으로 무릎 글고 할꺼 다하신다 ㅎ 갠적으로는 나름 만족!
그리고 정말 아쉬운 부분은 가와사키는 다른 메이커에 비해 전자장비에 보수적이다. 12년식 지천이에는 다 달려있는 abs니 tcs니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뭐 사실 나도 구매전에는 이것때메 고민좀 하긴 했는데, 지금 내 생각에는 드래그 뛰시거나.. 서킷들어가실거 아니면 걱정 안하셔도 될것 같다. 나도 주행 습관이 사실 느긋한 편은 아니라서 위험한 순간이 많이 있었는데, 한번도 슬립 나지 않고, 잘멈춰주었다. 최근에는 도로에 모아둔 낙엽을 밟고 슬립날뻔한 적이 있었는데, 지천이가 바로 중심을 잡고 균형을 잡아 주어서 문제없이 지나갔었다. 물론 전자장비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잘 즐기며 탈수 있다. 급 브레이크시에도 문제없이 잘 잡아줘서 아무사고없이 잘 탈 수 있었다.
추가로 지천이 특징인지, 가와사키 특징인지, 몇가지 자잘한 특징들.
첫번째로, 쓰로틀에 굉장히 민감하다. 타사 대비 플라이휠 관서모멘트가 작은지,
쓰로틀을 놓는 순간, 브레이크가 잡힌것처럼 속도가 급감한다. 현재 타고 있는 알원과 비교할시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만큼 가속도 민감하다는 얘기인데, 이게 야생마 같은 특성에 한몫 한다. 실제로 텐덤한 여친이 r1 은 주행이 부드러워서 좋다고 하였다.
다음으로 엔진열이 정말로 없다. 최근 mt09 타는 친구와 자주 타는데, mt09도 엔진열이 꽤나 됬었고, r1 는 말할것도 없이 어마어마하다. 한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엔진열에 조금 기대고 싶었는데.. 전혀느껴지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뜨겁다고 느끼진 않았다.
그리고 배기음! 풀배기한 지천이 배기음은 정말 끝내 주지만,
내 지천이는 순정이기 때문에, 우렁차지는 않다. 하지만, 순정치고 소리가 괜찮고,
특히 고속으로 치고 나갈때 고음영역이 너무 좋았었다. 지금 r1의 2기통 같은 소리에 비하면.. 너무 좋았다.
음.. 그리고 지천이 타면서 큰 에로사항이였던건.. 메인터넌스였다.
단한번도 꿍 슬립을 한적이 없지만, 단한번 친구가 세워둔 지천이를 살짝 건드려서 제꿍을 한적 있었다.
바이크로 쳤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했는데.. 수리하는데 대략 3개월은 걸린것 같다.
이게 내가 야마하로 옮기게된 가장 큰 이유. 가와사키는 수리비도, 수리기간도 상대적으로 사악한 편이다.
그리고 3년간 타면서, 잔고장 하나 없었다. 오일만 제때 갈아주고 다른 소모품만 제때 갈아 주니까,
센터 갈일 하나 없이 너무 잘가고 잘서준 우리 지천이! 지금도 가져가도 전혀 문제없는데..ㅜㅜ
좋은 주인분이 나타나서 우리 지천이 잘 타고 다니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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